철학

보편이 우세한 이유: 인간 사회를 연결하는 공통된 언어

journal6000 2025. 5. 2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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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의 의미와 보편이 우세하는 이유

인류는 언제나 공통적인 것, 누구에게나 통하는 것, 즉 ‘보편’에 대한 욕망과 신뢰를 지녀왔습니다. 철학, 정치, 과학, 예술, 도덕, 종교 등 모든 인간 활동에서 보편적인 기준과 원리를 찾으려는 시도가 계속되어왔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보편’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인간 사회에서 보편이 그렇게 중요하고 우세할 수밖에 없는가? 이 글에서는 그 의미와 이유를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1. 보편의 정의

‘보편(普遍, universal)’이란 말은 사전적으로 다음과 같은 뜻을 가집니다.

 

“특정한 조건이나 대상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경우나 모든 사람에게 두루 통하는 성질.”

즉, 보편이란 국가, 문화, 시대, 계층, 성별 등을 초월하여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일반적인 것을 말합니다. 영어로는 ‘universal’이라고 하며, ‘우주의 전반적인 것’ 혹은 ‘모든 것에 해당하는 성질’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 보편적 인권이란 전 인류가 태어날 때부터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 보편적 윤리는 어느 사회에서나 옳다고 여겨지는 도덕적 기준입니다.
  • 보편적 언어 규칙은 전 세계 언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나 패턴을 말합니다.

 

 2. 철학에서의 보편

철학에서는 고대부터 보편과 개별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 왔습니다.

  • 플라톤은 이데아(형상)를 통해 보편자(普遍者) 를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의자’가 있지만, 그 모든 의자들에는 ‘의자됨’이라는 보편적 속성이 있습니다. 이 ‘의자됨’이라는 보편자야말로 진정한 실재이며, 감각적인 세계의 의자들은 그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데아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사물 안에 그 보편이 깃들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의자됨’이라는 본질은 실제 의자 속에 포함되어 있으며, 인간은 이 속성을 인식함으로써 사물을 이해한다고 보았습니다.
  • 근대 이후 철학에서는 보편과 상대의 긴장 속에서 인간 존재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흐름도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논리적 추론, 과학적 이론, 도덕적 판단의 기반은 보편성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3. 왜 보편이 우세할까?

그렇다면 왜 ‘보편’은 특정하거나 개별적인 것보다 더 힘을 가지며 우세할까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장점과 심리적 안정감에 있습니다.

 

1) 보편은 공감과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인간은 타인과 소통하고 협력해야 생존할 수 있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보편적인 가치나 규칙, 언어, 도덕 기준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끼리도 이해하고 공감하게 해주는 최소한의 기반이 됩니다.

예를 들어, "살인을 해서는 안 된다"는 윤리는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것이 없다면 서로의 문화 차이로 인해 끊임없이 충돌할 수밖에 없겠지요.

 

2) 보편은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준다

보편적 원리는 일관성이 있으며, 사람들은 이를 통해 세상을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예: 과학에서의 자연 법칙, 논리학의 추론 규칙, 수학의 공리 등은 언제나 같은 조건에서는 같은 결과를 낸다는 점에서 ‘보편적’입니다. 이로 인해 과학기술과 사회체계가 발전할 수 있었고, 개인은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고 행동할 수 있게 됩니다.

 

3) 보편은 합의와 규범의 기준이 된다

현대 사회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조율을 필요로 합니다. 그때마다 각자의 기준만을 내세우면 사회는 마비됩니다. 보편적 기준은 다수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공통분모가 됩니다.

예: 유엔에서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은 문화와 종교가 달라도 공통적으로 인정해야 할 최소한의 인권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는 전 지구적 협력의 기반이 됩니다.

 

4) 보편은 다양성을 품을 수 있는 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정한 보편은 다양성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공통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예: 음악이라는 보편적 언어는 국적과 언어를 초월해 사람들을 감동시킵니다. 각 문화의 전통음악은 다르지만, 음악의 리듬과 조화, 감정 전달 기능은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입니다.

 

 4. 보편과 개별은 대립이 아닌 조화

보편이 우세하다고 해서 개별성과 차이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보편과 개별은 서로를 보완하며 진정한 의미의 ‘보편성’을 완성합니다. 진정한 보편이란 모든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공통된 핵심 가치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보편’이란 단어는 단순히 ‘다수의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과 공간, 사람과 문화를 초월하는 공통적인 본질을 가리킵니다. 인간은 그 보편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협력하며, 예측하고, 살아갑니다.

보편이 우세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 모든 인간에게 안정과 소통, 이해와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보편은 개별적 특성과 차이를 무시하지 않고, 그 안에서 조화를 추구합니다.

결국 인간의 역사는 개별과 보편의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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