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튤립버블은 틀렸다? 진실은..
비트코인을 “현대판 튤립 버블”로 비교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 비교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해에 근거하고 있으며, '튤립 버블' 자체도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극적인 사기극은 아니었다는 점이 학계에서 점점 더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튤립 버블의 역사적 진실과 그 허구성, 그리고 비트코인과의 비교가 왜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1. 튤립 버블의 기원과 대중 인식
‘튤립 버블’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경제적 사건입니다. 1636년부터 1637년 초까지, 튤립 알뿌리 가격이 극적으로 상승한 뒤 갑작스레 폭락했다는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대중적으로는 사람들이 집을 팔아 튤립을 사고, 하인과 상인들이 전 재산을 걸고 투기에 뛰어들다가 모든 것을 잃고 파산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런 이야기는 대부분 1841년에 출간된 찰스 맥케이(Charles Mackay)의 책 《대중의 미망과 광기의 역사》(Extraordinary Popular Delusions and the Madness of Crowds) 에서 비롯됩니다. 이 책은 대중 투기의 심리를 통찰력 있게 다룬 고전으로 평가받지만, 사실과 픽션이 뒤섞인 서술 방식으로 인해 오늘날에는 그 역사적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2. 학계의 재조명: 튤립 광풍은 과장되었다
1990년대 이후 경제사학자들이 튤립 버블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앤ne 골드가버(Anne Goldgar)의 저서 《튤립 광풍: 진실과 허구》(Tulipmania: Money, Honor, and Knowledge in the Dutch Golden Age, 2007)는 특히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실제 역사 기록, 계약서, 법원 문서 등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 튤립 거래에 참여한 사람들은 극소수의 상류층, 특히 꽃을 전문적으로 재배하거나 수집하던 사람들이었다.
- 튤립 가격 상승은 있었지만, 대중이 몰려들어 투기를 벌였다는 증거는 없다.
- 많은 사람들이 파산했다는 이야기는 과장되었거나 아예 허구다.
- 실제 경제에 미친 충격은 미미하며, 네덜란드의 경제는 이후에도 안정적이었다.
즉, 찰스 맥케이와 이후 저자들이 덧붙인 극적인 요소들은 대중의 흥미를 끌기 위한 문학적 장치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 튤립과 비트코인을 비교하는 것이 왜 부적절한가
비트코인을 튤립 버블에 빗대는 가장 큰 이유는 “내재가치가 없는데 가격이 급등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1) 기술적 기반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분산 원장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탈중앙화된 화폐, 스마트 계약, 자산 이전 등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튤립은 단순한 구근식물이며 기술적 진보와는 무관합니다.
(2) 사용처와 유틸리티
비트코인은 실제로 국경 간 송금, 결제 수단, 가치 저장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는 법정화폐 대체 수단으로도 채택하고 있으며(예: 엘살바도르), 디지털 자산 시장의 기축통화로서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3) 글로벌 시장과 유동성
비트코인은 전 세계 수억 명의 사용자와 거래소, 기관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자산입니다. 튤립 거래는 특정 시기의 네덜란드 상류층에 국한된 매우 좁은 시장이었습니다.
(4) 규모와 지속성
튤립 버블은 고작 몇 개월 만에 붕괴되었고, 시장 자체가 사실상 소멸했습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2009년 출시 이후 15년 이상 생존했으며, 시장 사이클을 겪으면서도 회복과 성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4. 왜 사람들은 여전히 이 비교를 사용하는가?
많은 비판자들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불신, 금융에 대한 보수적 시각, 혹은 단순한 정보 부족으로 인해 비트코인을 "근거 없는 투기"로 바라보곤 합니다. 또한 언론은 종종 복잡한 기술보다 단순하고 드라마틱한 비교를 선호하기 때문에 “튤립 버블”이라는 익숙한 프레임을 차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독자를 오도하며, 현재의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역사적 사건의 사실 여부부터 검증되어야 하며, 기술적 배경과 경제적 구조의 차이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튤립 버블은 역사적으로 과장된 허구가 많으며, 이를 비트코인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매우 부정확합니다. 찰스 맥케이의 묘사는 흥미로운 이야기일 뿐, 실증적 역사로 보기 어렵고, 비트코인처럼 기술적‧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자산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릅니다. 이제는 과거의 신화를 벗고 보다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시각에서 암호화폐를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