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는 장부다. 화폐는 신용이다.” 이 말은 단순히 지폐나 동전이 아니라, 화폐가 실질적으로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신용 관계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장부적 역할을 한다는 깊은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특히 금본위제에서 신용화폐제도(Fiat Money)로 전환된 오늘날의 화폐 체계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이제 이 개념을 중심으로 금이 실제로 더 이상 화폐로서 기능하지 않게 된 이유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금본위제(Gold Standard)는 과거 수백 년 동안 사용된 국제 통화 체제로, 화폐의 가치를 일정량의 금에 고정시킨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1달러가 1/20온스의 금과 교환 가능하다면, 누구든지 20달러를 금고에 가져가면 1온스의 금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있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화폐 발행을 제한하여 물가 안정, 신뢰성 있는 국제 거래, 인플레이션 억제에 기여했지만, 동시에 몇 가지 치명적인 단점도 안고 있었습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1914년부터 1918년까지)과 제2차 세계대전(1939년부터 1945년까지)은 국가들에게 막대한 재정을 필요로 했습니다. 전시에는 금에 묶여 화폐 발행이 제한되면 전쟁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나라가 금태환을 일시 정지하거나 아예 폐지했습니다.(2) 1930년대 대공황
미국과 유럽은 대공황 동안 엄청난 경기 침체를 겪었고, 각국은 경제 부양을 위해 더 많은 화폐를 발행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금본위제는 이러한 통화 확장을 가로막았고, 이는 금본위제 폐지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4년, 미국 달러를 중심으로 한 브레튼우즈 체제가 탄생했습니다. 미국 달러는 금에 고정(온스당 35달러)되고, 다른 나라 통화는 달러에 고정하는 간접적인 금본위제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1960~70년대에 이르러 미국은 막대한 무역적자, 베트남 전쟁 등으로 인해 금 보유량이 줄고, 전 세계에서 달러는 과잉 공급되었습니다. 결국 1971년, 닉슨 대통령은 달러와 금의 태환을 중지하면서 금본위제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를 닉슨 쇼크라 부릅니다.
금은 채굴 속도나 물리적 이동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세계 경제의 빠른 거래 및 자본 흐름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21세기 글로벌 경제는 실시간 전산 거래와 금융 시스템으로 움직이며, 이런 시스템에 금은 지나치게 느리고 비효율적입니다.
금은 화학적으로 안정하고 귀하지만, 경제를 생산적으로 성장시키는 재화는 아닙니다. 기계, 농산물, 기술, 인재 등은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지만, 금은 그냥 저장될 뿐입니다. 현대 사회는 생산성과 신용 기반의 경제를 추구합니다.
오늘날의 금융 시스템은 디지털화된 신용 기록 시스템에 기반합니다. 은행은 고객의 예금과 대출을 장부에 기록함으로써 실질적인 화폐 창출을 하고, 이 과정에서 금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중앙은행 역시 금 없이도 통화량 조절, 금리 정책, 환율 안정 등 경제 전반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돈은 단지 ‘종이’거나 ‘디지털 숫자’일 뿐, 그 자체로는 아무런 본질적 가치를 갖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사용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이 숫자를 믿기로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즉, 돈이란 건 결국 신뢰의 총합, 공통된 상상의 질서입니다.
은행 계좌의 잔액, 기업의 채무, 정부의 예산—all 이 숫자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이를 믿는 한 사회 전체가 움직입니다. 이것이 곧 ‘화폐는 장부다’라는 의미입니다. 모든 거래는 기록되고, 이 기록이 곧 돈이 되는 시대입니다.
‘신용(Credit)’이란 ‘내가 지금 너에게 주는 가치가 미래에 상환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현대 화폐는 이 믿음에 의존합니다. 예를 들어,
즉,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화폐는 더 이상 금과 같은 실물 기반이 아니라, 신뢰 기반의 경제 시스템 위에 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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