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엘리트가 너무 많아졌다: 미국 사회가 무너지는 진짜 이유

journal6000 2025. 6. 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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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엘리트 과잉 생산 현상과 그에 따른 변화와 위험성: 피터 터친과 마이클 린드를 중심으로

 

1. 엘리트 과잉 생산(Elite Overproduction)이란?

엘리트 과잉 생산이란, 사회적으로 엘리트 지위(정치권력, 경제권력, 학문적 권위 등)를 차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가 실제 그 자리를 수용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아져 경쟁이 극심해지고, 사회적 불안정과 갈등이 발생하는 현상을 뜻한다. 다시 말해, "엘리트가 되고 싶은 사람은 넘치는데, 실제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는 상황이다.

이 현상은 사회를 유지하는 ‘권력의 구조’가 한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며, 엘리트 간의 경쟁 격화, 탈락자들의 불만, 대중과 엘리트 간의 갈등, 정치적 극단화 등의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2. 피터 터친(Peter Turchin)의 이론과 예측

러시아 태생의 미국 수학자이자 역사학자인 피터 터친(Peter Turchin)은 사회적·역사적 위기를 수리모델로 분석하는 새로운 학문 분야인 클리오다이내믹스(Cliodynamics)의 창시자다. 그는 미국 사회가 2020년대 초에 사회적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예언해 주목을 받았다.

 

터친의 주요 저서들 –

"Ages of Discord"

"Ultrasociety"

"End Times: Elites, Counter-Elites, and the Path of Political Disintegration" (2023년 출간)

– 에서는 엘리트 과잉 생산이 사회 붕괴의 핵심 요인으로 반복되어 등장한다.

터친의 모델에 따르면, 미국 사회의 위기는 다음과 같은 경로를 따른다:

  • 교육의 확대와 엘리트 진입 장벽의 약화
    → 대학 진학자, 박사, 전문직 희망자 수 증가
  • 엘리트 자리의 공급 제한
    → 고위직, 법조계, 학계, 정치권 등의 진입 경쟁 격화
  • 엘리트 내부의 분열과 경쟁 심화
    → 탈락한 엘리트들이 반체제적, 급진적 움직임에 가담
  • 사회적 불만의 폭발과 정치 체제의 마비
    → 극단적 이념의 정치 세력 등장, 제도 무력화

 

3. 미국에서의 엘리트 과잉 생산 현상

(1) 교육과 전문직 인플레이션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진학률을 자랑하지만, 석사·박사 학위 소지자들이 점점 불안정한 고용 시장에 내몰리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인문사회계열의 박사학위 소지자들은 정규직 교수직을 구하기 어려워 ‘포닥(post-doc) 난민’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또한 법조계, 의료계, 저널리즘, 정책 연구소 등 전통적 엘리트 직종도 포화상태에 이르러, 예일대나 하버드대를 나와도 사회적 이동 사다리를 오르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었다.

(2) 정치 엘리트의 분열

미국 정치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통적 엘리트들이 상호 불신과 적대의 정치에 빠져 있으며, 내부에서도 온건파와 급진파로 분열되어 있다. 그 예로 민주당 내 진보파(AOC, 버니 샌더스)와 주류 엘리트(바이든, 펠로시), 공화당 내 트럼프주의자와 전통 보수 엘리트(부시계, 공화당 원로)의 충돌은 엘리트 내부의 과잉과 갈등의 상징이다.

(3) 신흥 엘리트와 기존 엘리트의 충돌

기존의 정치, 법조, 학문 기반 엘리트 외에도 실리콘밸리의 테크 엘리트, SNS 기반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 등 새로운 권력 계층이 등장하면서, 기존 질서와의 충돌이 심화된다. 이로 인해 문화 전쟁(culture war)이 격화되고 있다.

 

4. 마이클 린드(Michael Lind)의 시각: 신중산층의 배제

미국의 정치학자이자 경제사상가인 마이클 린드(Michael Lind)는 그의 저서 "The New Class War"에서, 미국이 테크노크라트(전문가 엘리트)에 의해 장악되고 있고, 노동자 계층은 정치·경제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 정책 결정은 엘리트 대학 출신 백인 중산층 이상이 독점
  • 노동자 계급은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소외됨
  • 이로 인해 대중은 반엘리트, 반체제적 정치 세력에 열광함
    → 트럼프의 부상, 극우 및 극좌 정당의 성장

린드는 미국 정치가 단순히 ‘좌-우’ 구도가 아니라, 엘리트 vs 대중의 대립으로 재편되었다고 분석한다. 이는 터친이 말한 ‘엘리트 과잉’의 결과가 정치체제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5. 변화와 위험성

(1) 엘리트 내전의 심화

엘리트 과잉으로 인해 엘리트 간 경쟁이 과열되면, 권력 다툼은 더욱 치열해지고 정치적 대화와 타협은 불가능해진다. 이는 의회의 마비, 연방정부 셧다운, 사법부 신뢰도 저하 등으로 이어진다.

(2) 탈락 엘리트의 급진화

엘리트가 되려다 실패한 사람들(법학 박사, 실직한 저널리스트, 해고된 교수 등)은 체제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된다. 이들은 음모론, 극단주의, 반정부 운동, 대안 매체 등에 결합하여 사회적 파열음을 키운다.

(3) 대중 정치의 포퓰리즘화

엘리트 간의 분열과 경쟁은 대중의 정치적 신뢰를 상실시키고, 이로 인해 포퓰리즘 정치가 확산된다. "기성 정치인은 모두 부패했다", "우리는 엘리트의 희생양이다"라는 감정이 대중적 분노와 반란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4) 민주주의와 법치의 위기

엘리트 과잉은 결국 체제에 대한 충성도와 합의 자체를 약화시킨다. 법의 지배는 무시되고, '내 편이면 무죄, 네 편이면 유죄'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헌정질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6. 미국 민주주의의 내적 위기

엘리트 과잉 생산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기회의 땅’이 아니라 ‘경쟁의 지옥’이 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현상이 계속된다면, 단순한 정치적 혼란이 아닌 체제 전환, 혹은 사회적 붕괴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피터 터친과 마이클 린드는 모두 현재 미국이 겪는 위기의 본질이 사회구조적이고 계층적인 갈등에 있다고 본다. 해결책은 단기적으로는 어렵지만, 궁극적으로는 권력과 기회의 재분배, 엘리트 구조의 개방성 확보, 정치적 대표성의 회복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추천 도서 목록

  • Peter Turchin, "End Times: Elites, Counter-Elites, and the Path of Political Disintegration" (2023)
  • Peter Turchin, "Ages of Discord" (2016)
  • Michael Lind, "The New Class War: Saving Democracy from the Managerial Elite" (2020)

 

 7. 한국의 엘리트 과잉 생산, 어디서 나타나는가?

 (1) 고학력자 과잉

  • 대학 진학률 70% 이상으로, OECD 최고 수준
  • 석·박사급 고학력자 증가 → 교수직, 연구직 포화
  • 의대, 로스쿨, 약대, 교대 인기 폭증 → 진입은 어렵고, 탈락자는 좌절
  • 대학교수 자리, 대기업, 고위 공무원 등 전통적 엘리트 직종의 수요는 거의 고정

 (2) 사법시험 폐지 이후 로스쿨 포화

  • 로스쿨 도입으로 법조인이 되기 위한 진입 장벽은 낮아졌지만,
    합격률이 낮아지고 졸업자 대비 법조 진입률은 매우 낮아짐
  • ‘법조 엘리트’가 되려는 인재는 많지만 시장 수용력은 한계

 (3) 공무원 시험 및 고시 열풍

  • 9급부터 5급까지 국가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매우 높음
  • 엘리트 진입을 위한 ‘안정된 직업’ 선호
  • 한정된 자리에 수만 명이 몰림 → 탈락자 문제 심각

 (4) 스타트업과 유튜브, 신흥 엘리트 경쟁

  • 테크 창업, 크리에이터 등 새로운 엘리트 영역이 부상
  • 미디어 영향력, 팔로워 수, 수익 규모를 기준으로 한 '디지털 엘리트' 계층 등장
  • 그러나 정상급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 → 다수는 생계난, 번아웃 경험

 

 8. 한국형 엘리트 과잉 생산이 야기하는 변화와 위험성

 (1) 중산층의 몰락과 계층 이동 정체

  • 엘리트가 되지 못한 다수의 중산층 청년들은 계층 이동을 포기하거나 불만을 품음
  • 이로 인해 좌절, 불안, ‘헬조선’ 담론, 극단적 선택 등 사회적 병리 현상 발생

 (2) 지식 엘리트 탈락자의 급증

  • 고시 낙방생, 박사 후 연구원, 언론사 탈락자 등이
    지식과 스펙은 있으나 갈 곳 없는 엘리트 지망자가 되어 불만 세력화
  • 이들은 정치적 극단화, 음모론, 혐오 표현, 반사회적 담론에 연루될 위험도 존재

 (3) 정치적 분열과 세대 갈등

  • 2030 세대는 노력해도 엘리트 계층 진입이 어렵다는 좌절감
  • 586 기득권층에 대한 반감, 공정 담론, 탈정치화 현상과 맞물림
  • ‘공정’, ‘기회’, ‘노력’이라는 단어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 발생

 

 9. 엘리트 과잉 생산을 분석한 국내 전문가와 담론

 주요 담론

  • '공정' 담론과 엘리트 경쟁: 조국 사태 이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 폭증
  • 학벌주의에 대한 반감: SKY 중심 구조에 대한 저항, 지방대·비정규직 소외
  • ‘노력=성공’ 공식 붕괴에 대한 대중적 체감 증가

 인용 가능한 국내 학자·작가

  • 장덕진 교수 (서울대 사회학): 디지털 권력과 계급 구조 연구
  • 장하성 교수: 소득 불균형과 구조적 불평등
  • 김누리 교수: 독일과 비교한 한국의 교육 경쟁과 계급 재생산 구조
  • 진중권: 엘리트 구조에 대한 비판적 담론 참여자

 

10. 한국도 ‘엘리트 과잉 사회’

한국은 높은 교육열, 좁은 사회적 사다리, 대중의 강한 엘리트 지향성이라는 세 요소가 맞물려 엘리트 과잉 생산이 구조적으로 심화된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 엘리트 간 내부 경쟁 격화기득권 구조 고착화
  • 엘리트 진입에 실패한 계층의 절망과 급진화
  • 대중과 엘리트 간의 정서적 괴리와 신뢰 붕괴

피터 터친이 말한 사회 붕괴의 전조로서의 ‘엘리트 과잉’은 지금 한국 사회에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해결을 위해선 기회의 다양화, 직업 가치의 재평가, 사회적 신뢰 회복 등이 함께 모색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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