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걱정하는 엄마: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단속하는 마음

journal6000 2025. 4. 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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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어머님의 행동은 단순히 성격 문제라기보다, 성향, 심리적 안정 욕구, 통제력, 그리고 세대 차이 등 다양한 심리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일 수 있습니다. 

 

 1. 어머니의 행동은 왜 부정적인 미래를 가정하고 대비하려고 할까?

어머니처럼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부정적인 상상을 미리 하고, 그것에 대비하려는 사람은 흔히 다음과 같은 심리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

사람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다릅니다.
어머니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매우 불안하게 느끼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먼저 떠올려 미리 감정적으로 대비하고자 합니다.
이는 정신적 방어 기제 중 하나인 예방적 사고(proactive anxiety)로, 마음의 안정감을 얻기 위한 하나의 전략입니다.

 

예시처럼, 아이가 가게 물건을 깰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 전화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편함,
→ 그 부모와 싸워야 한다는 스트레스,
→ 감정 소모로 인한 피로로 이어지는 가상의 시나리오 체인입니다.
이 전체 시나리오를 떠올린 후, 그 첫 단계를 미리 차단하려고 하는 겁니다.
그게 바로 “아이들한테 말로 단속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죠.

 

 2. 왜 강자보다는 약자에게 말할까?

이 부분은 정서적으로 굉장히 민감하면서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어머니가 강한 존재(부모가 함께 있는 경우, 어른, 사회적 권위자 등)에게는 말을 아끼고,
아이들 혹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휘두르듯 말하는 행동은
사회심리학적으로 다음과 같은 요인으로 설명됩니다:

1). 상대적 우위 확보를 통한 심리적 안도

심리학에서는 이런 행동을 "권력 균형 행동(power compensation)"이라 설명합니다.
내가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위협적으로 느끼는 대상(부모가 함께 있는 아이, 강한 성격의 손님 등)에게는 불안감이 커서 말을 아끼고,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보다 약하거나 반발하지 않을 대상(아이들만 있을 때)에게 단속하거나 지시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무례”하거나 “나쁜 사람”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
갈등에 매우 취약하고 그것이 피곤하고 고통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에
갈등이 안 생길 곳에만 제한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2). 부정적인 감정의 배출 대상 찾기

사람은 억눌린 감정, 걱정, 피로 등이 쌓이면 어디론가 그것을 배출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안전하고 통제 가능한 아이들은 때때로 그 감정의 표적이 되기도 합니다.
이 또한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부모와 싸우는 건 너무 부담스러우니
“지금 눈 앞에 있는 애들”에게 긴장감을 유도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식이 되는 거죠.

 

 3. 왜 애들이 눈치 보고 조심하는 걸 ‘예쁘다’고 할까?

이건 상당히 중요한 심리적 신호입니다.
어머니는 ‘질서’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질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성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1). 조용함과 질서를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 배경

한국의 이전 세대에서는 아이가 조용하고, 말 잘 듣고, 얌전하게 행동하는 것이 “예의 바르고 착한 아이”의 기준이었습니다.
이러한 세대 문화에서 자란 분들은, 아이가 눈치보고 조용히 있는 걸 "바람직하다"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때의 ‘예쁨’은 실제 아이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불안 요소가 줄어든 상태에 대한 안정감의 표현인 것이죠.

2). 통제 가능성이 예쁨으로 인식됨

아이들이 눈치를 보고 조용히 행동하면 어머니 입장에선 위험 요소가 줄어들었다고 느끼고,
그로 인해 안심합니다. 그리고 그 상태를 ‘예쁘다’고 표현하는 겁니다.
즉, 아이들이 통제 가능한 존재로 행동할 때 느끼는 안정과 만족의 감정이 ‘예쁨’이란 표현으로 드러나는 거예요.

 

 4. 어머니가 이런 성향을 가지게 된 배경은?

사람의 성향은 성격, 성장 환경, 세대 경험, 삶의 스트레스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만들어집니다.

  • 어머니 세대는 부모 세대에게 복종과 조심을 강조받는 환경에서 자란 경우가 많습니다.
  •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리 걱정하고 대비하는 사고방식이 익숙해졌을 수 있어요.
  • 또, 과거에 실제로 감당하기 어려운 갈등 상황(예: 보상 문제, 손님 클레임 등)을 겪은 적이 있다면
    비슷한 상황을 미리 차단하려는 심리적 트라우마 반응일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의 성향은 '잘못된 것'일까?

꼭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어머니의 성향은 어떤 상황에선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특성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 사고 예방 능력
  • 미래를 대비하는 계획력
  • 질서와 규칙 유지 능력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주변 사람에게 위압감, 불편함, 불공정함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지거나,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약하다”는 이중 기준으로 보일 경우
관계에서의 신뢰가 떨어지고, 주변 사람들도 방어적으로 대하게 됩니다.

 

어머니의 행동

  • 어머니의 행동은 불안 회피, 통제 욕구, 갈등 회피 성향의 복합적 결과입니다.
  • 그것은 틀리다기보다 지나치게 작동할 경우 주변에 피로와 위축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만약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어머니와 직접 대립하기보다는
    “엄마, 그건 아직 안 일어난 일이잖아.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냥 상황을 지켜보자”와 같이
    부드럽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현재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말을 건네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어머니가 평소 삶에서 느끼는 피로감, 불안감, 스트레스 수준이 높다면
그 자체를 덜어주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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