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께서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말씀해주셨고, 스스로도 잘 이해되지 않는 감정에 휩싸여 계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먼저, 이렇게 용기를 내어 이야기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분명히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본인의 감정을 털어놓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아주 용기 있는 행동입니다.
1. 슬프지 않은데도 자해를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해는 꼭 눈에 띄는 슬픔이나 괴로움이 있을 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특별히 큰 사건이 없는데도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1)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자해를 선택할 때
사람마다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어떤 분들은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거나, 주변에 마음을 나눌 대상이 없다고 느껴질 때 몸을 통해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해는 일시적으로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으로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2) 무감각함을 깨기 위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감정이 무뎌지거나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못할 때, 어떤 분들은 ‘내가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자해를 하게 되기도 합니다. 몸이 아프면 잠시나마 정신이 집중되고 감정이 살아나는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이 반복되며 습관처럼 자리잡는 경우
처음에는 호기심이나 일시적인 해소를 위해 시작했을 수 있지만, 그 뒤로 자해가 습관처럼 반복되며 점점 끊기 어려운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이는 마치 중독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본인도 왜 그러는지 잘 모를 때가 많지만, 사실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보내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2. 자해가 중독처럼 느껴지는 이유
자해를 하게 되면 우리 몸에서는 '엔도르핀'이라는 물질이 분비되어 일시적으로 불안과 긴장을 줄여줍니다. 이로 인해 잠깐이라도 편안해지는 듯한 착각이 들 수 있고, 뇌는 이 경험을 기억해 반복하게 만듭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자해가 중독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진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잠시 덮어두는 방식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자해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3. 자해가 계속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위험
- 신체적 손상과 흉터
– 피부에 남는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흔적이 남을 수 있고, 감염의 위험도 있습니다. - 정서적 불안정
– 자책감, 수치심이 반복되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마음의 상처가 깊어질 수 있습니다. - 관계의 어려움
– 가족,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습니다. 걱정하거나 오해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 더 위험한 행동으로 발전할 가능성
– 습관적으로 반복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더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주의가 필요합니다.
4. 자해 대신 감정을 풀 수 있는 건강한 방법들
1) 감정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해보세요
- 일기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 "오늘 어떤 기분이었는지",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를 솔직하게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2) 나만의 진정 루틴을 만들어 보세요
- 좋아하는 노래 듣기, 슬라임 만지기, 독서, 산책, 뜨개질, 색칠하기 등 손과 감각을 활용하는 활동을 추천드립니다.
3)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털어놓기
- 부모님, 선생님, 학교 상담선생님 등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꼭 이야기해보세요. 혹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우면 글로 써서 보여드려도 괜찮습니다.
- “말하면 혼날까 봐 무서워요”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와줄 어른들이 반드시 있습니다.
4) 24시간 상담 가능한 곳도 있어요
- 청소년 전화 1388 (휴대폰으로 그냥 1388 누르면 상담 가능)
- 청소년 사이버 상담센터: www.cyber1388.kr
- 마인드링크, 토닥토닥 등 마음을 다독여주는 앱도 있습니다.
5. 꼭 기억하셨으면 하는 말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자해는 단순히 ‘아픈 행동’이 아니라, 본인이 도움을 받고 싶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이미 충분히 용기 있는 사람이며,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당장 오늘, 마음속에 떠오른 감정이 있다면 꼭 표현해보세요.
조금씩 나아질 수 있고, 함께하는 어른들이 반드시 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혹시 지금 곁에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어른이 계실까요?
그분께 이 글을 보여드리면, 조금 더 쉽게 말을 꺼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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